"선플은 달 때도 읽을 때도 행복을 줍니다"
'착한댓글 전도사' 민병철 교수, 올 100만명 참여 자신
학교 홈페이지에 선플방 제작…해외에도 전파 활동
"기술과 인프라도 중요하지만 따뜻한 인성이 결합돼야만 진정한 정보기술(IT) 강국이 될 수 있습니다. "
2007년부터 '선플운동'을 펼치고 있는 민병철 선플달기국민운동본부 이사장(59 · 건국대 교수)은 15일 "한국은 세계 최고의 인터넷 강국이지만 인터넷 사용 문화나 네티즌의 의식은 아직 이를 못따라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선플운동은 인터넷상의 악플(악의적 댓글)로 고통받는 사람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착한' 댓글을 다는 운동이다.
민 교수는 "천안함 사태가 터졌을 때에도 악플을 올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고 느꼈다"며 "이를 계기로 선플운동을 보다 적극적으로 펼치기로 다짐했다"고 말했다. 그는 "설문조사를 해보니 과거에 악플을 달아본 적이 있는 학생이 조사 대상의 29%에 달했는데 선플운동에 참여한 뒤에는 이 비중이 5%로 낮아졌다"며 선플운동의 효과를 높게 평가했다. 선플은 받는 사람이 즐겁고,읽는 사람이 즐겁고,무엇보다 다는 사람이 가장 행복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민 교수는 악플의 원인을 인터넷의 익명성과 대화 및 인성교육 부족에서 찾았다. "제자들에게 부모님께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보내 보라고 했더니 '엄마 사랑해요'라는 문자에 '너 어디 아프냐',너 용돈 필요하냐?' 이런 답장이 오더군요. 부모와 자식 간에도 따뜻한 대화와 소통이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 민 교수는 "인터넷에 글을 쓸 때 상대방을 인격체로 봐야 하는데 단순히 기계로 생각하는 게 문제"라며 "가정과 학교에서 상대를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을 갖도록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플달기국민운동본부는 최근 행정안전부와 함께 '선플달기 전국 릴레이 캠페인'을 시작했다. 민 교수는 "지난해 11월6일 '선플의 날'에 30만명이 선플을 달겠다고 신청했는데,올해는 100만명 선플달기 목표를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으로 초 · 중 · 고 홈페이지에 선플방을 만들어 칭찬하는 문화를 형성하도록 돕고,한국에서 시작된 선플운동을 미국 중국 일본 등 해외로 전파하는 데 힘쓸 계획이다.
민 교수는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최근 '글로벌 에티켓 지킴이'로 나섰다. 자신의 비즈니스영어 수업을 듣는 제자들과 함께 지하철역,버스 정류장 등을 돌며 에티켓 지키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것.공공장소에서 금연하기,뒷사람을 위해 문잡아주기,전철이나 엘리베이터에서 모두 내린 후 타기 등이다.
"길거리에서 사람을 툭 치고 지나가면서 아무 말도 없는 경우가 있는데,외국인들은 이런 상황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
민 교수는 "어떤 외국인이 엘리베이터 11층에 내리려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몰려드는 바람에 내리지도 못하고 1층으로 다시 내려온 경우도 있다"며 "우리나라가 많이 국제화됐지만 여전히 외국인에게 오해를 살 만한 생활습관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력은 선진국 대열에 다가섰지만 기초생활 의식은 아직 부족하다"며 "G20 정상회의 개최국다운 시민의식을 갖춰야 진정한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 교수는 1980~1990년대 '민병철 생활영어' 방송으로 명성을 떨친 영어교육 전문가이자 교육사업가다. 그가 펴낸 생활영어 책은 100만부 넘게 팔렸다. 영어를 잘하는 비결을 묻자 '외우는 것'이라는 다소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민 교수는 "영어의 기본은 외우는 것"이라며 "구구단을 알아야 어려운 수학문제를 풀 수 있는 것처럼 언어 습득을 위해서는 기본량을 채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성인들이 기본량을 채우려면 반복해서 외우는 것밖에 없다"면서 "자신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분야의 표현들을 정리해 집중적으로 반복하면 영어는 결코 높은 장벽이 아니라는 점을 실감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