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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싱가포르에 다녀왔다. 공항에서 호텔로 가는 길에 택시
기사와 몇 마디 나누었다. 그가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기에 싱가포르에서는 몇 살부터 영어를 가르치는지
물어보았다. "유치원부터 배웁니다." 평소
알고 지내는 싱가포르 교육부 국장에게 전화해 확인해보았다. "가정에서 영어를 사용하고, 유아원부터 모든 교육은 영어로 이루어집니다." 50년 전만
해도 싱가포르는 영어를 잘하는 나라가 아니었다. 당시 총리였던 리콴유의 강력한 영어 교육정책으로 지금은
국민 대다수가 불편함 없이 영어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이것이 수십 년간 국가 발전의 중요 경쟁력이
되고 있다. 영어는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의 중심 언어 아닌가.
우리는 어떠한가. 한국관광공사에서 외국인들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한국에서 겪는 불편한 점 1위로
'영어로 의사소통이 어려운 점'을 꼽았다. 우리는
왜 영어로 의사소통을 못 하는가. 답은 영어 교육의 출발 시기가 너무 늦고, 영어를 일상에서 접할 환경도 조성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영어를 배운다. 그나마 고학년이 되면
수능시험을 위해 문법과 독해 중심으로 학습하니 실용영어를 배울 기회가 턱없이 부족하다.
교육 당국은 영어 몰입 교육을 시키거나 초등 1~2학년에게 영어 교육을 한 학교를 징계해왔다. 나라의 정책 자체가 영어를 제대로 배우지 못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은 대학에 들어가서야 비로소 초등학교 수준의 대화식 영어를 배우려고 나선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뛰게 된 황재균 선수는 영어판 '뽀로로' 만화를 보면서 영어를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인간은 언어 습득 장치를 갖고 태어나는데 3~7세 때 가장 왕성하고, 12~13세가 되면 기능이 벌써 저하되기 시작한다. 외국어 교육의
시작은 어릴수록 효과적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 공교육에서 영어 교육은 초등학교 3학년이 되어서야 시작된다. 시작 자체가 최적기를 놓친 것이다. 반면 사교육 시장에서의 영어 교육 시작 연령은 점점 낮아지는 추세이니 공교육과의 간격을 극복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가정 살림을 옥죄는 영어 사교육비 문제를 해결하면서 아이들의 교육 성취도를 높이는 방법은 있다. 영어
공교육의 출발점을 '누리과정'으로 앞당기는 것이다. 누리과정은 어린이집 및 유치원에 다니는 만 3~5세의 아동을 대상으로
한 공통의 보육 및 공교육 과정이다. 이렇게 되면 모든 어린이가 공교육의 틀 안에서 똑같이 영어를 시작하고, 학습으로서의 영어가 아니라 어려서부터 체득한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영어 교육에 투입되는 막대한 사교육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선진국 진입을 앞당기는 중요 동력이 될 것이다. 외국에 가본 적이 없지만 이렇게
언어 형성기에 국내에서 영어를 배운 어린이들이 각종 영어 경시대회에 서 외국에서 살다 온 어린이들을 제치고 입상하는 사례도 많다.
덧붙이면 공공도서관 자료에 재미있는 영어 만화·동화·위인전 등을 늘리고, 국민 대부분이
영어를 잘하는 네덜란드처럼 국영 TV를 켜면 재미있는 영어 만화영화를 자막 없이 접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영어가 재미있는 환경'을
하나씩 늘려 가면 영어 때문에 뒤늦게 고생하는 젊은이들도 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