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정창업 프로젝트' 영어로 진행하는 민병철 경희대 특임교수
저는 학생들에게 일하지 말라고 합니다. 열정을 가지고 즐긴다면 그건 더 이상 일이 아니니까요."
민병철 경희대 특임교수(선플운동본부 이사장)는 지난 13일 경기도 용인시 경희대 국제캠퍼스에서 '열정 창업 비즈니스 아이디어 프로젝트' 수업을 마치며 학생들에게 "인생을 즐기고, 열정을 따르라"고 강조했다.
민 교수는 이번 학기에 학생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영어로 창업을 준비하는 강의를 했다. "영어를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영어를 활용해 학생들 미래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 뭘까 고민한 결과입니다.
" 그는 "한국은 시장이 좁고 취업이 어려우니까 학생들이 글로벌 무대로 뻗어나갈 수 있게 도와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수업에서 강조한 포인트는 '일하지 마라'는 것. "학생들이 일로 느끼지 않을 만큼 열정과 흥미를 보일 수 있는 미래를 찾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당연히 창업 아이디어도 흥미에서 시작돼야 한다는 게 민 교수의 지론이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자신이 흥미롭다고 생각하는 창업 아이디어를 영어로 제출하게 했다. 학생들은 이 가운데 될 성싶은 아이디어로 팀을 꾸려 시장조사를 하고 강점과 약점을 분석하며 비용과 수익을 따졌다. CJ, JYP, 올림픽위원회 관계자들을 만나 조언도 구했다. 민 교수는 "한 사람의 아이디어가 팀 활동으로 이어지고 학생들은 함께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법과 팀워크를 배운다"고 설명했다.
이날은 학생들이 결실을 뽐내는 날이었다. 4개의 팀이 팀별로 구체적인 창업 계획을 발표한 것. 학생들은 각자 최고경영자(CEO), 디자인 매니저, 시장조사 연구원 같은 직책을 맡아 유창한 영어로 프레젠테이션에 나섰다. 자신의 재능을 홍보할 수 있는 동영상 플랫폼 창업 발표를 시작으로 드론으로 식사를 배달하는 아이디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타깃으로 하는 모바일 게임 제작, 캠퍼스용 캡슐 침대 사업 등이 차례로 소개됐다. 민 교수의 초대로 수업을 참관한 박관민 한국드론협회장은 드론에 대한 아이디어를 낸 학생과 따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민 교수는 프레젠테이션 능력 역시 창업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발표를 잘해야 투자자를 설득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한국 학생들이 부족한 발표 능력을 길러주는 방향으로 수업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이 창업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발표하는 과정을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에 대한 자신감을 얻기를 바란다"며 "학생들이 국내 취업에 매달리기보다는 창업이든, 취업이든 세계를 무대로 여기고 한국인의 능력을 널리 펼쳐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학생들의 아이디어가 실제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사회 인프라스트럭처가 보완됐으면 하는 바람도 내비쳤다.
민 교수는 "뛰어난 아이디어가 실제 창업으로까지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며 "학생들의 창업을 지원할 수 있는 인프라가 부족한데 그 부분이 좀 보완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와 기업이 학생들의 아이디어에 귀를 기울이고 미래를 위한 기회를 제공해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민 교수는 다음 학기에 진행할 열정 창업 수업에 대한 구상도 밝혔다.
그는 "지진이나 가뭄을 정보기술(IT)과 접목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황사를 막을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는지 학생들과 함께 찾
아보고 싶다"며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아이디어를 모아서 창업 프로젝트로 연결해보면 재미있을 듯하다"고 말했다. 끝으로 민 교수는 "인터넷발전으로 수많은 사람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공유하면서 사회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며 "학생들도 자신이 창조한 것을 사회와 나누는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민 교수는 1973년 중앙대를 졸업하고 미국 노던일리노이대에서 교육학 전공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1980년대 초반 생활영어 돌풍을 일으키며 실용영어 교육자로 널리 이름을 알렸다. 현재는 선플재단 선플운동본부 이사장으로서 인터넷 악플 추방과 청소년 인성교육을 위한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